동전을 넣자 자판기 안에서 무언가 둔탁하게 떨어졌습니다. 차가운 캔을 손에 쥐었는데도 얼굴에는 묘하게 열이 올랐습니다. 달콤해야 할 커피가 유난히 씁쓸했던 건, 방금 전까지 머릿속을 떠다니던 수많은 가격표 때문이었을 겁니다. 부산웨딩박람회 출구 앞은 그렇게 결혼의 설렘과 현실이 교대하는 작은 경계선처럼 보였습니다.
결혼을 준비한다는 말은 낭만적이지만, 부산웨딩박람회 안에서 사랑은 대부분 숫자로 번역됩니다. 드레스의 반짝임 옆에는 추가금이 붙고, 사진 한 장의 분위기에도 등급이 생깁니다. “평생 한 번”이라는 문장은 선택을 돕는 말 같지만, 사실 지갑을 열게 만드는 데 꽤 효과적인 주문입니다.
부산웨딩박람회 곳곳에서는 오늘 계약해야 받을 수 있다는 혜택이 쉴 새 없이 등장합니다. 오늘만 할인, 지금만 사은품, 곧 마감이라는 말까지 듣다 보면 결혼 날짜보다 계약 시간이 더 급해집니다. 하지만 부산웨딩박람회 밖으로 한 발만 나오면 그 다급함은 놀랄 만큼 빠르게 식습니다. 급했던 건 결혼이 아니라 분위기였을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원하는 모습이 분명했는데,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기준은 흐릿해집니다. 부산웨딩박람회에서는 남들이 많이 고른 상품이 안전한 답처럼 제시됩니다. 평균적인 예산, 인기 있는 구성, 요즘 유행하는 촬영 방식이 줄줄이 놓입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결혼’보다 ‘남들에게 부족해 보이지 않는 결혼’을 고르게 됩니다.
출구 앞 캔커피 한 캔은 부산웨딩박람회 안에서 받은 화려한 안내책자보다 솔직했습니다. 쓸 돈은 많은데 정작 두 사람의 마음을 물어보는 질문은 드물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부산웨딩박람회가 보여준 것은 결혼의 정답이라기보다, 결혼식에 붙일 수 있는 수많은 옵션이었습니다.
물론 부산웨딩박람회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한자리에서 정보를 모으고 시세를 비교하기에는 분명 편리합니다. 다만 그곳의 속도를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부산웨딩박람회 출구를 나선 뒤 캔커피를 천천히 마실 시간 정도는 가져도 됩니다. 결혼은 당일 계약 혜택보다 길고, 두 사람의 형편과 취향은 사은품 목록보다 중요하니까요. 씁쓸한 한 모금 끝에서야 비로소 진짜 준비가 시작됩니다.